안녕하세요. 어느덧 일본 IT 업계에서 근무한 지 3년이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 IT 취업에서 자주 언급되는 SES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제 일본 생활이 궁금하시면 밑의 블로그도 방문해주세요!
목차
SES란 무엇인가?
먼저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일본 중소기업에서 인프라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 2년간 수탁 인프라 설계 업무를 담당했습니다.이후 이직하여 1년 동안 SES로 일했고, 현재는 다시 Sier로 커리어를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일본 IT 취업에서 첫 번째 걸림돌은 용어의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현업에서 일하는 일본인 엔지니어들도 용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혼란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IT 취업에서 자주 접하는 용어들을 구분하여 SES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일본 IT 취업에서 자주 접하는 용어들
- SI: System Integrator의 약자로, 원청 혹은 발주처로부터 프로젝트를 받아 시스템의 설계, 개발, 구축을 담당하며, 다양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시스템을 통합하여 하나의 운영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 Sier: SI의 일본식 표현으로, SI + er입니다. 주로 일본에서 SI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를 지칭하며, 발주처로부터 시스템 개발 및 통합을 의뢰받아 설계와 구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합니다.
- SES: System Engineering Service의 약자로, IT 엔지니어가 소속된 회사의 계약에 따라 고객사에 파견되어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일본의 IT 업무 형태입니다.
- SE: System Engineer로, 프로그래머와 같은 직종을 가리킵니다.
일본 SI(Sier)의 현실과 중소SI의 구조
일본의 SI(Sier) 회사는 매우 다양합니다. 이를 쉽게 건설업의 시공사에 비유해보면, 중소SI라는 단어 자체가 모순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소 SI는 필연적으로 대기업 SI가 맡은 프로젝트의 일부를 하청받아 일을 처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SES 업무 형태를 채택하여 자사에 고용된 엔지니어(프로그래머)를 파견, 노동력을 제공하는 형식으로만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중소, 중견기업의 시스템을 중소 SI가 받아서 설계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가의 문제로 작은 기업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수탁개발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ES와 파견의 차이점
파견과 SES는 고객처 상주근무라는 동일한 근무방식으로 오해를 받지만 내부를 뜯어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고객사에 파견되어 상주하는것은 많은 IT 엔지니어들이 근무하는 방식입니다.
대형 컨설팅 회사나 대기업 SI 회사들도 고객사의 프로젝트나 시스템을 점검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상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 SI의 자회사 역시 모회사의 프로젝트에 따라 상주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주수익원으로 삼는 경우도 있으며 유명 시스템 벤더사의 엔지니어들도 기술 지원을 위해 여러 고객사에 파견되어 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SES의 경우에는 고객사의 니즈에 따라 고객사에 상주하는 것이 메인이 되기 때문에 여기서 많은 오해가 발생합니다.
파견과 달리 SES는 정직원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별로 고객사를 옮기는 동안에도 고용 계약이 유지되며 대기 기간에도 회사에서 정한 룰에 따라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파견은 파견회사가 소개해준 고객사에 계약직 직원으로 고용된 형태이기때문에 관리감독의 책임이 고객사에 있지만 SES는 준위임계약 , 업무위탁으로 고용 되어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실제 관리감독도 고객사가 아닌 자사의 책임입니다.
또한,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연봉 상승과 전직이 가능하다는 점도 SES의 장점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회사에 고용된 정직원이기때문에 비자 심사에도 파견보다 유리하며, 법적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좋은 SES란 존재하는걸까?
SES는 대기업 Sier의 프로젝트 규모와 내용에 따라 급여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높은 급여를 원한다면 발주처의 IT 부서나 솔루션 기업 입사를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일본 IT 기업의 상당수가 SES 형태를 채택하고 있어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SES 선택 시 고려할 점
- 대기업 자회사: 모회사의 대규모 프로젝트의 전문적인 부분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있고 혹은 사원이 원하는 커리어 패스를 따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됩니다. 복리후생과 급여도 모회사에 준하는 경우가 많아 이상적인 SES 형태라 볼 수 있습니다.
- 대형 IT SES사: 규모가 크기때문에 본인의 스킬에 따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할 수 있으며, Sier 가까운 포지션에서 일할 기회도 존재합니다. 보통은 실무에 가까운 업무가 많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통한 구현을 선호한다면 만족할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 중소 SI(SES):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프로젝트 단가별 급여가 공개된 회사를, 신입에게는 수탁 개발 비중이 높은 회사를 추천합니다. 신입때는 수탁 개발에서 경력을 쌓아 원한다면 SES로 높은 단가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회사가 좋습니다. 중소SI입장에서는 어필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회사홈페이지나 전직사이트에서도 파악하실수있습니다.
반면, Sier나 솔루션 회사인 척하는 SES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입 사례가 없거나 SES 급여 테이블이 불명확한 회사, 회사의 규모에 비해 너무 다양한 프로젝트를 다루는 회사는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경력이 없는 신입을 부풀려서 단가가 높은 프로젝트에 배치하는 경우도 문제지만, 단가에 맞추기 위해 엔지니어링과는 거리가 먼 번역이나 헬프데스크 업무로 배정하는 경우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엔지니어가 고객사에 파견되어 상주하거나 근무하는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단계별로 내려오면서 하도급 회사에서 발생하는 지휘 체계 문제, 프로젝트의 짧은 계약 기간으로 인한 불안감, 그리고 불안정한 근무 환경은 SES가 파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문제를 야기합니다.
특히, 신입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회사의 영업력과 고객사의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 패스나 기술 스킬셋을 자유롭게 조정하기 어렵습니다.
테크니션으로서의 커리어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신다면, SES 근무는 고된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수탁 개발 경력을 바탕으로, 제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훌륭하고 멋있는 분 들과 함께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1년 동안 상류 공정과 프로젝트 킥오프를 경험했으며, 이직 직전에는 일본 내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회를 통해 기존 커리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귀중한 경험을 쌓고,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원하는 커리어 방향을 명확히 하고, 팀 빌딩과 의사소통 역량을 키우며 기술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성장을 이뤄 다음 단계의 커리어 성장을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SES 업계에서 고민이 많으신 분들 또는 새로 도전하려는 분들께는, SES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고, 보다 자신에게 맞는 길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